Week 9

2월 정원은 잠에서 덜 깬 아이 같습니다. 하늘은 부옇고 얼었던 땅은 질척입니다. 물기 가득한 진흙은 메마른 풀 더미와 섞여 군데군데 뭉쳐 있습니다. 보이는 것들은 느릿하고 둔탁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땅 아래는 위로 솟아날 준비를 하느라 힘을 한껏 끌어모으고 있을 겁니다. 저는 식물의 색이 더 선명해지기 전에 서둘러 원예 도구를 정리합니다. 후미진 곳에 놓았던 삽을 꺼내고 호미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가위 날이 녹슬지 않았나 살핍니다. 정원에 관심을 둘수록 수십 가지의 도구들에 (예를 들면, 썰매 타듯 끌고 다닐 수 있는 바퀴 달린 의자나 울퉁불퉁한 잔디를 평평하게 맞춰주는 수평기, 초록 잔디에 가려진 숨어있는 누런 속 잔디만을 긁어내는 갈퀴 같은) 놀랍니다. 사용법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용도에 따라 알맞은 도구를 선택해 힘을 덜 들이며 관리합니다. 큰 나무 그늘에 가려져 볕을 보지 못하는 식물들은 빨리 알아차리고, 정원이 심심한 듯 지루해지면 재빠르게 파종기를 들고는 땅에 구멍을 내어 쨍한 색의 야생화로 리듬감을 더합니다.

마음은 정원을 닮았습니다. 정원사의 정성이 마음에도 필요합니다. 당장 눈앞에 변화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간에 비움과 채움의 순환이 이루어지게 살펴야 합니다. 스쳐 가는 수많은 생각을 모두 담기에는 마음의 크기가 한정적입니다. 그렇다고 손님처럼 오가는 다양한 생각들을 먼저 막거나 나를 찾아왔다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생각 중에서 무엇을 남기고 어떤 것들을 흘려보내야 할지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정과 생각에 끌려다니던 상황을 뒤집는 힘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들로 마음에 정성을 보일 수 있을까요?

다음 저널에서 정원사의 도구들처럼 나의 결정을 돕는 방법들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찾아온 손님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은 손님과 같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손님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나쁜 생각을 몰아내고 좋은 생각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