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8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 그는 슬론에게서 시선을 떼어 강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 갈색 피부에 감탄하고, 뭉툭한 손끝에 꼭 맞게 손톱을 만들어준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 감탄했다. 작고 작은 정맥과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며 손끝으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지는 듯했다. 슬론이 다시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자네에게 뭐라고 하나, 스토너 군? 이 소네트의 의미가 뭐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순간 ‘인지의 세계’로 들어선 스토너의 시선이 생생하게 기록된 이 문장들이 좋아 다시 한 번 꺼내 읽었습니다. 1965년에 출판됐다가 초판이 다 팔리지 않아 절판됐지만 50년 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는 STONER. 스토너는 성공과 실패라는 통속적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담하게 담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책입니다. 그 중 농업을 배우려던 스토너가 셰익스피어를 읽은 후 변화된 시선이 담긴 이 문장들이 좋아 읽고 또 읽습니다. 처음 이 페이지를 볼 때는 무엇인가를 알기 전과 알고 나서의 변화. 그 경계를 넘어서는 기쁨에 공감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그가 부러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저항할 수 없는 큰 힘을 느껴 빨려 들어가듯 파묻히는 모습이 부러웠던 거죠. 같은 일로 울기도 웃기도 하듯, 같은 문장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와 닿습니다. 오늘은 왜 이 책을 다시 펼쳤나 생각하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몸과 다르게, 단조롭고 조금은 따분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너가 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싶었나 봅니다.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가도, 매일 같은 일상이 지루하게도 느껴지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변덕스러운 제 모습을 이제는 너그럽게 봅니다. 며칠 동안은 새로운 자극에 무덤덤할 수도, 두 눈이 번쩍 띄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를 일으켜 세울 에너지가 다시 채워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흔들리는 기분에 잠시 춤을 추되, 아예 저 자신을 내어주진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오늘을 여느 때와 같이 시작합니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고, 테니스장에 갔다가 작업실로 갑니다. 무기력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일상을 지켜냈다는 생각에 토닥이는 아침입니다.

참고 자료: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번역. 알에이치코리아

[몽테뉴의 수상록] 몽테뉴 지음. 안해린 편역. 소울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