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7

Week_7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사는 이야기에 한참을 웃다가 어느 순간 조용합니다. 각자가 알고 있는 영양제 정보를 주고받느라 모두 폰 화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연애, 결혼, 육아 등 다양한 관심사는 이제 ‘건강’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다양한 영양제 정보를 챙기니, 하지도 않은 오늘 운동을 개운하게 마무리한 기분입니다. 필요할 때 얼마든지 내가 찾아서 먹을 수 있는 약과 영양제가 있다는 생각에 안심합니다. 일도 건강도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고 싶은 바람이겠죠.

가끔 고전 문장 수집을 왜 시작했는지 물어보시는데, 제게 고전 문장은 마음을 위한 처방전이었습니다. 고전 문장 기록은 제가 서두르지 않고 하나둘 정성스럽게 모아 담은 구급상자와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신앙심이 깊은 이처럼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살면서 마음이 마주치는 응급상황에 바로 펼칠 수 있는 구급상자의 존재가 든든했습니다.

마음의 면역이 떨어졌을 때 연필이 진한 흔적을 남기며 스쳐 가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유독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입니다. 그중 에픽테토스의 이 문장이 수집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렸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 ] Epictetus

에픽테토스는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과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철저히 구분한다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지금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의 권한에 속하는 일, 생각과 노력은 자유로이 마음껏 하되, 나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놓아버리라 조언합니다. 오늘 저는 구급상자를 가득 차게 용기를 북돋아 준 이 문장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참고 자료: Epictetus. Encheiridion.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 에픽테토스 지음. 강현규 엮음. 키와 블란츠 옮김. 메이트북스/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