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6

참기름 몇 방울, 소금 서너 톨 떨어뜨려 살짝 익힌 버섯. 저에게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하나 꼽으라 하면 단번에 사흘 금식 후 먹었던 이 버섯 요리를 말합니다. 며칠 굶주린 배에 음식이 들어가니 감탄했고, 고소하고 담백한 식감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버섯 요리를 떠올리면 지금도 침이 고입니다.
최근 얼마 동안 미각과 후각을 잃었는데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기능을 상실한 후각과 미각은 캐비아나 유명 셰프의 테이블 같은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음식은 떠오르지도 않고, 그저 뜨끈한 밥 한술의 차진 맛을, 멸치 육수 진하게 우려 달걀 하나 빠르게 휘저은 계란국의 감칠맛이 그리웠습니다.

간절함은 ‘의미 있는 필요’를 상기시킵니다. 그동안 얼마나 다양한 ‘바람’을 ’필요‘로 착각하고 살았던가요. 물론 바람이 원동력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순간도 많습니다. 하지만 나를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끝없이 필요가 되고 싶어 하는 ‘바람’입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 드높은 명예를 좇느라 허둥대고, 타인의 행동에 마음이 동요해 집착하려 했던 무의미한 것들은 영영 만족을 모르는 상태로 만듭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텅 빈 마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종종 무의미한 것들에 빼앗겨 있을 시간 또한 많지 않음을 잊어버립니다.

의미와 무의미. 필요와 바람. 나  스스로 판단할 것.

 마음에 무엇을 남길지 역시 내가 결정할 것. 

남기지 말아야 한다면 과감히 지울 것.  

나의 의지로 가능한 일. 무의미한 것들에 무감각해지는 일.

[완벽하고 만족스럽게 살길 원한다면 내마음을 ‘근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에 무감각해지도록 훈련하라. 그러려면 우선 그 대상을 부분으로 나누어 조심스레 분석해보고, 그 다음에는 그 부분이 구성하는 전체를 분석해보라. 거기에 대해 옳고 그르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나 자신이고, 그러한 판단을 내 마음에 각인시키는 것도 나 자신이다. 그것을 마음에 각인시키느냐 마느냐는 내가 결정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마음에 각인되어 있다면 즉시 지워버리는 것은 내 의지로 가능한 일이다.]

Marcus Aurelius Antoninus

참고 자료: Marcus Aurelius Antoninus. To himself

명상록(다상 출판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키와 블란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