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5

‘어떻게 하면 차분하게 화를 낼 수 있죠?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을 잘 하네요.’

몇 년 전 일을 같이 했던 동료들에게 종종 들었던 피드백입니다. 덕분에 ‘우아하게 화내고 현명하게 거절하라’라는 강의를 맡았고, 우연한 기회는 꽤 여러 번 강의실 앞에 서게 했습니다. 원래 목소리 톤의 변화가 있지 않아 상대방이 감정 변화를 느끼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싫은 소리 하지 못하는 고민은 ‘감정 다루기와 말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으로 쏠렸습니다. 그중에서도 ‘화’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관찰과 시도, 실패와 방법을 찾는 시간이 계속되면서 세네카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세네카는 철학자이면서 도덕 에세이를 쓰는 그 당시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는데요. 스토아 철학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살폈습니다. 세네카가 매일 실천했던 묵상은 ‘자기 돌봄’이라는 개념으로 현대사회에 전해졌습니다. 세네카는 분노를 무너져버린 건물에 비유하며, ‘순간의 광기’인 화를 나의 의지로 다루기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했습니다.

  1.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라.
  2.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만 믿어라.
  3. 몸과 마음이 피폐할 때 쉽게 분노한다.
  4. 화를 낼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라.
  5. 죄가 없는 사람은 없다.
  6. 분노에 시간을 주어라.
  7. 분노의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8. 무지와 오만이 섣부른 화를 부른다.
  9. 평온한 이들을 곁에 두어라.
  10.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게 하라.
  11. 분노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라.

많은 조언들 중에서 세네카는 특히 시간을 강조합니다. 분노에 대한 최고의 치료법은 분노를 지연시키는 것인데 이는 용서가 아닌 판단을 위한 시간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에 끌려가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기에 큰 실수를 하기 전 잠시 판단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평소보다 글이 길어지니 이 즈음에서 세네카의 또 다른 조언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배고픔은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어 쉽게 분노할 수 있으니, 배고픔을 잘 달래라는 그의 말을 기억하며 더 예민해지기 전에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참고 자료: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평정심을 찾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세네카 지음. 안규남 옮김. 아날로그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