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36

어리석은 자의 인생은 즐거움 없이 완전히 미래만을 향해 있어 불안하다.

Montaigne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얼마나 할지 노트를 빼곡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시간은 마치 때려눕힐 대상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촘촘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덤벼들기 위해 항상 목적이 있어야 했고, 잠시 목적이 없을 때면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진 것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불안이 올라왔다. 나를 위한 행동이라 여겼고, 시간에 대해 깊이 이해한다고 착각했었다. 시간 하면 효율성부터 떠올리는 모습에 가끔은 싫증이 나 그렇지 않은 척 노력한 적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내 어깨를 두 손으로 붙들고 머리가 앞뒤로 흔들릴 정도로 힘차게 뒤흔드는 듯한 상황을 경험했는데, 이랬다. ‘나이가 들수록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저 그런 자리에도 잘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지.’


목적이 뚜렷한 대화나 자리를 선호하는 나에게 아무런 이유 없는 만남은 늘 물음표였는데 이제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저 그런 자리’의 낯섦이 삶에 대한 관심과 사이사이 숨어 있는 즐거움과 명랑함이라는 걸 이해한다. 심각하지 않아도 되고, 잘게 쪼갠 일상의 기쁨을 더 많이 더 자주 나눌 줄 아는 것은 마음 넉넉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예전보다 더 많이 웃고, 이야기를 들을 줄 알며, 가끔은 불평도 하지만 결국 기분이 밝아지는 나를 알아차리는 일. 시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고 있는 요즘, 궤도에서 벗어난 기분은 불안이 아닌 충분한 기쁨으로 바뀌고 있다.

참고 자료:

몽테뉴의 수상록. 몽테뉴 지음. 안혜린 편역. 소울 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