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34

불안을 잠재우는 연습이 필요한 당신에게

오랜만에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었습니다. 적어도 계절마다 한 번씩은 손에 쥐고 있으니 꽤 여러 번 읽었습니다. 지난번에는 쉽게 소화했던 문장이 오늘은 찬찬히 눌러 담듯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와닿는 문장이 다른 경험은 여전히 신기합니다. 요 며칠[불안을 잠재우는 연습이 필요한 당신에게]이라는 주제로 서 너 문장을 찾고 있습니다. 주제를 떠올리고는 단번에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펼쳤습니다.

이유는 아우렐리우스의 배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서기 161년에서 180년까지 고대 로마제국을 통치한 황제였던 그는 즉위하자마자 전쟁과 온갖 자연재해가 잇따랐습니다. 한꺼번에 몰려온 어려운 일들로 로마 역사의 황금기가 저물어갔던 시기. 그럼에도 아우렐리우스는 5현제의 마지막 황제로 지금까지 존경받고 있습니다. 명상록의 많은 부분이 전쟁터에서 쓰였다는 것을 보면, 책 속에서 짤막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아마도 그가 홀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을 고요의 시간에 쓰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렵기도, 불안하기도, 무겁게 짊어진 짐이 부담스럽기도, 가끔은 기쁘거나 안심됐던 다양한 순간들이 지금의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미래의 일로 근심하지 마라. 현재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이성이 그때도 나와 함께하며 미래의 일을 잘 대처해줄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인생은 춤보다 레슬링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 줄 모르니 늘 수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여기서 잘 방어해야 할 상대는 외부나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에게는 하지 않는 비난과 부정적인 말을 자신에게 무서울 정도로 쏟아붓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 땅에 닿을 때까지 휘어지더라도 부러지지 않으면 됩니다. 비바람은 멈춥니다. 비가 그친 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다짐합니다.

참고 자료: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키와 블란츠 옮김. 다상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