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30

충만함과 단순히 꽉 찬 것 사이.


[두배로 빨리 사는 사람은 두 배로 많은 삶의 가능성을 만끽할 것이다. 삶의 가속화를 통해 삶은 그만큼 배가 되고, 이로써 충만한 삶의 목표에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나이브하며, 충만함과 단순히 꽉 찬 것 사이의 혼동이 빚어낸 결론일 따름이다. 충만한 삶은 그저 양적 논리로 정의되지 않는다. 온갖 삶의 가능성을 실현한다고 자연히 충만한 삶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들을 단순히 헤아리고 열거한다고 저절로 이야기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되려면 의미를 빚어내는 특별한 종합이 필요하다]

시간의 향기. 머무름의 기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 지성사.

오늘은 사색하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한병철 교수의 ‘시간의 향기: 머무름의 기술’의 문장을 기록합니다. 활동하다. 사색하다. 두 개의 균형은 쉽지 않습니다. 활동에 치우치다 보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라 하고, 한 자리에 머무르다가 시간이 많이 흐른 듯하면 다시 일어나 움직일 힘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참 고맙습니다. 내가 스스로 중심을 잡지 않고서는 절대로 온전한 상태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과 생산성 위주로 생각하는 ‘시간’의 개념을 재정의할 것. 지금 우리에게는 사색적 삶을 되살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열매를 숙성시키기 위해 천천히 나아가는 자연의 시간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단축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의 아름다운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기를 것. 하루가 열거된 시간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닌지, 진정한 충만함에 대해 생각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