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9

며칠 전, 수중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수중 명상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저 물 밖에서 물속으로 들어갈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는 수영장에서 길고 가느다란 부유기를 이용해 몸을 물 위에 띄운 상태로 진행합니다. 눈을 감고 두 귀가 물에 잠긴 상태라 균형을 잃으면 가라앉을 것 같다는 걱정도 잠시, 어느새 물 위에 고요히 떠 있었습니다. 신체의 긴장을 모두 놓을 것. 나도 모르게 남겨둔 힘을 몸 밖으로 내보내듯 축 늘어질 것. 흘리고 더 흘려보낼 것. 충분히 이완된 몸에 집중하니 물에 잠긴 양쪽 귀에서는 그동안 세상의 소음에 정신을 빼앗겨 듣지 못했던 내 안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잔잔한 물결에 예상치 못한 출렁임도 있었습니다. 물 안에서 울리는 싱잉볼의 파장은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강했는데 외부의 자극에 가려져 있던 내부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삼십여 분이 흘렀고 물 밖으로 걸어 나올 때는 몸이 한결 개운했습니다.

그동안 물에 온전히 떠 있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는 듯합니다. 제게 수영장은 모든 근육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활발한 에너지로 표현되는 곳, 혹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여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가득한, 흥분과 명랑함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물 위에서 떠 있는 경험 역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시 숨 고르는 정도였습니다. 수중 명상은 지금 몰입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흘려보낼 용기를 갖게 했습니다. 힘을 전부 빼어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올해는 제대로 된 바캉스를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 비어 있는 상태. 자유로운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레’에서 나온 바캉스.  온전히 고요한 상태에서 나로서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던 여름 바캉스였습니다. 그저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고요하고 차분한 마음 상태. 물 위에 떠 있을 때의 기분을 다시 떠올립니다.

상념을 버리면 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그것을 버리는 것을 방해할 자는 없다.

Marcus Aurelius Antoninus

참고 자료:

Marcus Aurelius Antoninus. 명상록 .

Bodleian Library. Broad Street, Oxford OX1 3BG Eng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