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7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허공으로 문장들이 흩어집니다. 대여섯 줄밖에 읽지 않았는데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에 산만해집니다. 어느새 목적지는 기억나지 않고, 허허벌판 한가운데 서서 우왕좌왕하는 어린아이 같습니다. 오리건 대학의 마이클 포스너 교수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가 방해를 받을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연구를, 미국의 사무직 직장인들은 대다수가 평소에 방해받지 않고 일하는 시간이 단 한 시간도 안 된다는 씁쓸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저만 공감하는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오늘은 집중력의 상실과 개선에 대해 연구한 영국의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Johann Hari)의 ‘집중력 향상을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을 기록합니다.

하나, 사전 약속을 이용해 지나친 전환을 막는다.

귀찮아서, 혹은 다른 방해 요소들로 쉽게 결심을 바꾸지 않기 위해 사전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합니다. 예를 들어, 원하는 시간만큼 인터넷을 차단하는 앱을 설치하거나 정해진 시간 동안 열리지 않는 서랍에 핸드폰을 넣어둡니다. 강제성은 빠른 포기를, 포기는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을 돕습니다.

둘, 나의 산만함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꾼다.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산만하다고 자책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대신 나에게 유의미한 활동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집니다.

셋, 소셜미디어의 이용을 제한한다.

요한 하리는 1년 중 6개월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기간을 몇 주 단위로 나누어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할 때 주변에 이야기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확언은 실천을 위한 강력한 동기입니다.

넷, 딴생각한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산책하다 보면 생각이 자유롭게 떠다니며 예상치 못한 연결 고리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매일 여덟 시간의 수면을 엄격히 지킨다.

긴장을 푸는 나만의 작은 의식을 만듭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는 지나친 자극으로 소소한 즐거움은 더 이상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빠른 전환 속도는 정신을 혼미하게 합니다. 신기술은 나의 시간을 더 뺏으려 생활 속에 은밀히 영약하게 파고듭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중요하지 않은 일에만 온통 둘러싸여 불안감은 높아지고, 무능력한 기분과 무기력을 더합니다. ‘우리의 집중력은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선인장이 아니라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말라 죽는 난초와 같다.’ 내가 나의 삶에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지금 당장 실천할 때입니다.

참고 자료: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Edinbur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