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4

두 달 만에 찾은 도쿄는 도심 속 울창한 나무들의 수형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벚꽃이 막 개화하기 시작했던 4월보다 습한 공기가 가득합니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고마운 여름 도쿄입니다. 어제는 모리오카 서점을 찾았습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책만 파는 작은 서점입니다. 북적거리는 긴자의 중앙 거리를 벗어나면 금방 한산한 골목이 나옵니다. 익숙하게 걸어 다니는 동네 사람들 사이, 구글 맵에 의지한 듯 스마트폰을 손에 꽉 쥔 채다니는 여행자들이 보입니다. 저 역시 으슥한 뒷골목에 서서 길을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여러 번 지도를 살핍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간판은 없고, 유리창 한 켠에 가게 이름과 주소가 쓰여있습니다. 작은 공간 안, 작은 책상 위에는 한 종류의 책이 서너 권 놓여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봤던 사진과 다르게 벽은 텅 비었네요. 모리오카 서점 주인 모리오카 씨는 헌책방 직원으로 일을 하다가 ‘사람들은 단 한 권의 책 때문에 서점을 방문한다’ 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방문한 방문객이 주인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듯합니다. 머쓱함과 만족감이 엉켜있는 기분입니다. 이곳에 오기 위해 헤매고 걸었던 시간보다 서점에 머물렀던 시간은 지극히 짧았지만 호텔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사진으로만 접했을 때와 직접 왔을 때 대단한 반전이 있는 감동은 아닐 수 있지만, 내 발로 찾아간 경험은 지도에 검색어를 입력했던 아침부터 기억합니다.
요즘은 사방에서 쉴 틈 없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마치 내가 직접 경험한 듯한 착각하게 합니다. 외부의 정보들은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궁금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그만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유로움을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무색무취로 흐릿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을지도요.

다른 이의 말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
타인의 말이 나의 경험이라 착각하지 말 것.
나 역시 나의 경험이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하고 싶은 마음을 경계할 것.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려 교묘하게 과장하거나 왜곡, 혹은 나의 의견을 강요하려 하지 말 것. 사소한 것들이 나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전에 알아차릴 것.

어제 뜻밖의 수확은 모리오카 서점을 나와 걷다가 만난 빵집이었습니다. 오늘도 예상하지 못한 즐거운 만남을 기대합니다.

Morioka Bookstore.TO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