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3

검정 티셔츠가 여름 볕을 전부 흡수한 듯 숨이 턱 막혔던 6월 한낮, 무작정 문이 열린 건물로 들어가 서늘한 콘크리트 벽에 기대니 냉탕에 뛰어든 듯 살 것 같습니다. 일과 일 사이, 잡지를 보는데 올해의 건축상 소식이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시작된 공상은 ‘나만의 집을 짓는다면’으로, 그리고 ‘만약’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며 무턱대고 노트북 안에 시안 수집을 위한 ‘새 집 짓기 프로젝트 ’폴더를 만들었습니다. 벌써 지어진 듯 뿌듯했습니다. 아, 출근길에는 커다란 정화조 트럭을 연달아 세 대나 봤네요. 분명 좋은 징조였습니다. ‘어떤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기대했던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스쳐갈 수 있었던 오늘의 즐거웠던 순간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날을 작정하고 살펴보니 꽤나 괜찮았던 날이었습니다. 과거의 회상이, 현재의 지각이, 미래에 거는 기대가 즐거웠습니다.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그려보는 [상상, 공상, 꿈, 생각]을 좋아합니다. 상상을 하면, 남을 의식할 틈이 없습니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즐거운 방향으로 그려 나가거든요.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됩니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욕구를, 내가 원하는 바를 상상을 통해 알게 됩니다. 다음 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희망은 아침부터 우리 곁에 머물다가 상처투성이의 하루를 보낸 뒤, 저물녘에 숨을 거둔다. 그리고 새벽 여명에 다시 살아난다.’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 상상을 할 수 있는 능력, 과거를 기억하고, 떠올리며 감사하고, 현재에 충실히 머물며 지각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거는 기대, 희망이 즐거움을 만듭니다. 즐거움은 또 다른 즐거움을 생겨나게 합니다.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힘이 아닌 내 안의 동력으로 나를 살리는 힘. 바로 상상입니다. 내가 마음 만들 수 있는 에너지가 끊임없이 우러나와 삶이 즐겁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St Philip’s Books. 82 St Aldate’s, Oxford OX1 1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