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0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가뭄에 목이 말라 축 늘어진 식물처럼, 오늘 저의 하루는 우울했습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랐지만 야속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고 땡볕에 잎은 타들어 가고 줄기는 힘에 겨운 듯 무기력한 기분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 딱히 없습니다. 잔잔한 고요 속을 파고든 보통의 불안일까요. 어젯밤 잠을 설쳐서일까요. 사람의 연약한 순간을 얼마나 잘 알아내는지 우울은 자신의 기세를 방 안 가득한 연기처럼 피어댑니다. 이 와중에도 다행인 건, 어떤 기분이든 억지로 피하려거나 이겨내려거나 하지 않습니다. 나름의 소화할 준비를 합니다. 달래줄 약은 시간입니다. 지나간 어제가 아닌, 아직 마주하지 않은 내일도 아닌 그저 오늘, 바로 지금을 꼭꼭 잘 씹어 소화할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시간은 감정이 흘러갈 수 있게 넉넉한 틈을 만듭니다. 언젠가는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청량한 바람에 숨통이 트일 수도, 갑자기 쏟아지는 장맛비가 오랜 갈증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역시나 반드시 그러하다는 엄청난 기대를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에만 머물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은 알려주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기를,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그걸 바라보는 나에게 배움이 있기를 원합니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나는 그런 일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중략> 나는 비난하고 싶지 않다. 비난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눈길을 돌리는 것’이 나의 유일한 부정의 표시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략> 언제나 모든 일에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Friedrich Nietzsche]

참고 자료: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FIKA 중에서 Friedrich Nietzsche 인용구 발췌.

Yvon Lambert. Art Bookstore, publisher and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