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9

[대충이라도 잠깐이라도 일단 달릴까요?]

달리기를 하다가 이상하리만큼 잘 뛰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도움닫기하듯 공중으로 힘차게 찬 다리는 더 높이 올라오고, 넘어질 틈 없이 바로 교차한 다른 발 역시 리드미컬하게 움직입니다. 힘이 세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속도를 더 높이고 달리다가 가빠진 숨에 잠시 멈춥니다. 휴식은 빠른 회복을, 그리고 대충이라도 잠깐이라도 일단 달렸던 지난 시간들이 이제 빛을 보나 싶습니다. 어제보다는 유독 몸이 가벼우니까요. 달릴수록 단단해지는 근육과 비례한 자신감은 다른 일을 할 때도 긍정성을 더합니다. 이렇게 몸에 찰떡같이 속도가 붙는 날도 있습니다. 또 반대로 넘어지고, 다치고 다리가 꼬이는 날도 있습니다. 신체가 기계처럼 일정할 수 없으니 내 마음대로 안되는 실망만 가득한 날에는 적당히 속상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한동안 육체와 정신 중에서 어느 쪽의 무너짐이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줄지 궁금했습니다. 생각하면 어느 쪽이든 상상하기 싫은 결과이죠. 그런데 저는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매우 동의하고 싶은 문장을 찾았고, 또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육체가 시들어가면 정신도 어떠한 일에도 일어서지 못하고 함께 시들어간다.  정신이 가진 고유한 능력도 발휘되지 못하고 육체와 함께 지쳐버린다. 육체가 기쁘지 못하면 정신도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명랑할 때 정신에 빛을 비춘다. Michel Eyquem de Montaigne

시간이 흐를수록 만들어지는 정정(亭亭) 함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게 일단 움직입시다. 꾸준한 움직임으로 기능이 나쁘지 않은 신체를 만들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신체의 움직임이 나를 다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러니 대충이라도 잠깐이라도 일단 함께 달릴까요?

참고 자료:

몽테뉴의 수상록. 몽테뉴 지음. 안해린 편역. 소울메이트

MERCI. 111 Bd Beaumarchais, 75003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