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7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써야만 합니다. 책상에 앉은 지 한 시간은 지난 듯한데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가끔 이럴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써지지 않는 답답한 감정에 서툴러 많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럴 때도 있지’ 넉넉한 숨구멍 내어주듯 생각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하거나, 요즘 관심과 전혀 다른 종류의 책을 꺼내 포춘 쿠키를 쪼개듯 펼쳐 읽거나, 딴짓을 하다 보면 불현듯 쓰고 싶은 주제가 생각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딴짓의 결과는 [잘 하는 글쓰기 말고, 일단 시작하는 글쓰기] 입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망설인다면, 글을 잘 쓰는 방법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잔꾀가 필요하다면 나누고 싶은 몇 가지입니다.

 하나, 내가 핑계를 댈 수 없는 ‘글 쓰는 십 분’ 시간대를 정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자마자 십 분. 침대에 눕기 바로 전 십 분, 아이들이 등교를 하고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십 분처럼 핑계가 생길 수 없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동에 바로 이어 붙인다.

둘, 부담이 되지 않게 서너, 대여섯 문장으로 시작한다.

일단 시작하는 글쓰기에서는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습관이 되게 만드는 것이기에 잘 쓴 문장은 필요하지 않다.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짧은 문단으로 시작한다. 가벼운 마음은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가능하게 한다.

셋, 다시 읽지 않는다.

양치하듯 습관이 되기 전에는 내가 쓴 글을 되도록 다시 읽지 않는다. 다시 읽으면 나의 글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되고, 자신을 주눅 들게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글쓰기에 속도가 붙기 전까지는 수정하지 않는다. 그날의 페이지가 넘어가면 오직 다음날의 빈 노트만 생각한다. 계속해서 주저함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는 마음과 습관 갖기가 목표.

넷, 기간을 정해서 일단 시작하고, 무조건 마침표를 찍는다.

시작과 끝을 지키는 것은 성취의 경험이다. 성취의 경험이 어렵지 않도록 짧은 기간을 우선 목표를 정하고 지킨다.

마지막으로 의지는 전염된다.

글쓰기를 하는 동료, 친구 딱 한 명만 있어도 훨씬 더 수월하게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실제로는 매우 간단하다. 만일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그냥 하면 된다. EPICTETUS

Papier Tigre. 5 Rue des Filles du Calvaire, 75003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