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


발타자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an)이 살았던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시대는 어지러웠습니다. 귀족 세계는 겉으로는 화려함을, 안으로는 속임수와 배신이 가득했고, 대중들은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때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절실했는데요.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불완전한 사람들에게 조언합니다. 인간관계에서 폭풍우가  몰아닥칠때는 파도가 덜한 안전한 항구로 몸을 피하는 게 현명하다고. 종종 치료법이 병을 악화시킨다고요.

[현명한 의사는 처방할 때와 그대로 둘 때를 구분한다.
내버려 두는 기술. 큰 파도가 칠 때는 이 기술이 더 필요하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단하고 건강한 관계에 대해 고민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빠른 문제 해결에 익숙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해야 할 것 같고, 상대방도 내가 꼬인 상황을 풀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 초조합니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지금 당장 풀고 싶다는 것은 나의 착각 혹은 욕심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거리 두기는 어렵습니다. 내버려 둔다는 것. 회피가 아닙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용기입니다. 큰 파도가 치고 있을 때 가만히 바라보는 것은 두터운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내버려 두는 기술. 관계에서 덜 힘들 수 있는 방법. 지금 제가 기억하고 싶은 말입니다.

참고 자료: 발타자르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 [사람을 얻는 지혜 (현대 지성/김유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