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0

[공중으로 흩어져버린 에너지를 다시 모으는 일.]

빛바랜 고서들이 낡은 선반 위에 수북한 곳. 전원이 들어올까 싶은 오래된 라디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앉았다 갔는지 반질반질 광이 나는 낮은 나무 의자 등 온갖 잡동사니도 함께 있는 헌책방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 즐거움은 상당합니다. 낯선 도시에서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들린 서점에서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책들을 ‘표지가 예뻐서, 가끔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와 같은 핑계를 대며 펼쳐보는 유쾌한 기쁨이 있습니다. 높다란 천장까지 책이 꽉 들어찬 공간에서 느끼는 안락함은 해방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쏟아질 듯한 책에 압도되는 기분은 내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여기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한껏 부풀립니다. 한동안 말없이 서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은 멈추고 편안합니다. 결코 서두르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인생에서 잠시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제게는 책방에 서 있을 때입니다. 책을 열심히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한 공간. 나도 모르게 공중으로 휘발된 에너지를 서가 앞에 서서 다시 모으는 작업을 합니다. 의지하고 싶은 지혜로운 어른이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아주 많은 숫자가) 나를 든든하게 지지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심각한 일을 털어버릴 수 있는 용기를 냅니다. 공중으로 흩어진 에너지를 다시 모으는 일. 아주 그럴듯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확실한 방법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시간이 주는 선물을 즐기며 심각한 일들은 덜어내십시오.

Quintus Horatius Flaccus

참고 자료:

소박함의 지혜. 호라티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민음사

St Philip’s Books. 82 St Aldate’s, Oxford OX1 1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