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9

성인의 입에는 약 1만 개의 미뢰가 있습니다. 입안에 자극이 오면 미뢰 안의 미각세포들은 바쁘게 뉴런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혀끝에서는 단맛을, 쓴맛은 혀 뒤쪽에서, 신맛은 혀 옆쪽에서 느낍니다. 짠맛은 혀 전체에서 느낄 수 있지만 주로 앞쪽입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예민한 맛은 쓴맛인데, 사람들이 유독 쓴맛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힘들어하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유독하다고 판단해 구역질을 일으켜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쁨, 사랑 등을 표현할 때 ‘달콤하다’하고, 후회, 실패, 좌절, 고통을 두고는 ‘쓰디쓴’이라 말합니다. 초콜릿 같은 단맛이 최고였던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면 음식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면서 천천히 음식을 씹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입안의 다양한 조화로움을 알게 됩니다. 또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계속해서 먹으면 감각은 무뎌지고 맛의 기쁨은 줄어들게 됩니다. 단맛과 쓴맛처럼, 상반되지만 함께 있어야 자신의 역할을 발휘하는 것은 미각만 아니라 우리가 스쳐오는 모든 순간이 비슷합니다. 혹시 오늘이 삼키기 힘들 정도로 쓰게만 느껴졌을까요.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에 행복과 기쁨은 저 멀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날이었나요.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고, 패배와 좌절 없이 행복은 우리를 찾아오지 않으며, 시련의 눈물 없이 웃음에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쇼펜하우어의 문장으로 나를 다시 일으킵니다. 숨을 고르고 진정됐을 때, 오늘 하루를 천천히 돌아봅니다. 순간의 감정에 어린아이처럼 좌절하고 아팠지만, 쓰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새날을 위해 기꺼이 내어준 오늘을 토닥입니다. 앞으로 느낄 기쁨과 행복 그리고 웃음을 위해.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와 좌절 없이 행복은 우리를 방문하지 않는다. 시련의 눈물 없이 웃음에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Arthur Schopenhauer

참고 자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 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포레스트북스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작가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