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

‘주문이 제대로 됐을까요?’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음식을 빨리 내어달라는 재촉과 약간의 짜증이 배었습니다. 괜찮은 척하지만 두리번거리며 연신 시계를 보는 행동에서 조급한 마음이 바로 티가 납니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지 며칠, 몸과 마음의 회복도 잠시, 일상이 서울의 시간으로 돌아오는 건 한순간입니다. 주문하면 음식이 바로 나왔으면 좋겠고, 이메일을 받으면 최대한 빨리 답을 해줘야 편합니다. 시계가 두 배 속으로 빨리 감기 중인 느낌. 시간의 밀도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아깝고 손해 보는 기분. 저만 그럴까요?

김난도 교수는 요즘 사람들의 특성으로 ‘실패 없는 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 원한다고 설명합니다. 재미가 없는 드라마를 보는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미리 결론을 알고 드라마를 보거나, 쇼핑의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조사와 믿을만한 사람의 추천을 통해서만 구매하는 등의 예를 드는데요. 그만큼 사람들은 ‘시간의 효율’을 추구합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즐거운 시간으로 하루를 꽉 채우려 합니다. 하지만 ‘실패 없는 시간’을 바랄수록, 알 수 없는 미래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스트레스입니다. ‘가급적 힘을 덜 들이고 실패는 피하고 싶은 삶’이라니… 저 역시 ‘비현실적인 욕심을 냈나.’ 싶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얼마나 자주 우연에 의해 결정됐는지 돌이켜 보면 깜짝 놀랍니다. 씁쓸하게 자조 섞인 말로 쓸모없는 시간이라 여겼던 때도 우연이 만들어 낸 결정적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의 예상 범위 안에서 안전한 시간으로만 채워가는 하루는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가능성을 잘라내는 것과 같습니다. 시작하는 용기와 잘못해도 괜찮은 용기. 두 가지가 함께해야 새로운 시작이 가능합니다. 만약 실수해도,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되어도 나는 얼마든지 다시 수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실패한 시간’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은 몸과 마음의 회복을 빠르게 합니다.

First say to yourself what you would be; and then do what you have to do.  

[먼저 자신에게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말하라. 그리고 그런 다음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 Epictetus ]

올해 첫 문장은 에픽테토스입니다.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은 ‘쓸모없는 시간의 쓸모’를 믿는 것입니다. 그 어느 해보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가 많은 해. 실패할 수도 있는 시간을 겁내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의 수많은 우연을 기대하며 용기 냅니다. 그리고 이제 확신을 가지고 제가 해야 할 일을 합니다.

참고 자료:

에픽테토스 수업록”(“Discourses of Epictetus”)

트렌드 코리아 2024.

영국 옥스포드 대학 근처의 [St Philip’s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