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52

이번 주는 세네카의 문장입니다. [제대로 살기 위해 무언가를 기다리지 마라. 인생은 그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맞는 말인데요. 조금 전에는 또 서두르지 말라 했잖아요.’ 반문하며 피식 실소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어떨 때는 ‘신중해라. 급할 필요가 없다. 서둘지 말지니….’ 하다가 ‘무언가를 기다리지 마라. 지금 당장 움직여라.’ 조언합니다. ‘불안은 거센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도록 몰아붙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가도 불안이 나를 집어삼키지 못하게 마음의 준비를 말합니다. 어찌 보면 극과 극이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주는 철학자들. ‘정답은 없는 법. 무엇을 이루려면 속도와 방법 모두 나만의 것을 택해야 한다.’ 오늘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스스로 알고 있으므로 끌렸을 겁니다. 명료하게 표현된 문장은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본 듯 콕 짚어 설명해주는 듯한 기분입니다. 이렇게 문장으로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은 지 오늘로써 쉰두 번째입니다. 1년 동안 백 오십여 개의 문장과 쉰두 개의 저널. 올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고전 문장 속 철학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입니다. 주제는 [마인드, 습관, 인간관계, 감정] 중에서 단연 ‘마인드 컨트롤’이라 올해의 주제는 [도망간 평정심 찾기]입니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데 흔들렸던 순간들이 많았던 해였나 봅니다. 올해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1년 후 오늘도, 수년이 지난 같은 날에도 평정심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올해 평정심을 찾기 위해 다짐한 것들입니다.

하나, 나의 한정된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쓸 것. 둘, 죽음을 기억할 것. 그렇다면 무엇이 내 삶에 중요한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쉽게 가려낼 수 있기에. 셋, 천천히 서두를 것. 넷, 아침의 시원한 공기, 타인들과 주고받는 안부 인사, 영혼을 물들이는 건강한 생각을 잊지 말 것. 다섯, 원하는 바가 있다면 작게라도 움직일 것. 큰 성과가 아닌 잔잔한 실패에 적응하여 다시 일어설 힘을 기르기 위해. 마지막으로 여섯, 명랑한 웃음을 잃지 말 것.

저는 지금 런던 히드로 공항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수속 덕분에 공항 구석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히드로 공항은 제게 특별한 공간이 됐습니다. 입국 때 짐 분실로 당황하게 하더니 초반에 났던 화는 가라앉고 제발 짐을 들고 공항을 떠날 수 있길 바랐고, 몇 주 후가 아닌 당일에 가방을 끌고 공항을 나올 수 있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공항 복도에서 진행 중인 새해 이벤트 뽑기 기계에서 경품에 당첨됐습니다. 샴페인이라니 얼떨떨한 채로 주변의 축하를 받으며 보라색 공항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시트콤처럼 고개가 뒤로 넘어가도록 크게 웃을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 수 없었습니다. 올 한 해, 우연이 만든 울고 웃었던 모든 순간에 영광을 돌립니다. 1년 동안 노력한 모두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