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48

‘작가님. 매일 아침 갤러리 문을 열 때 들어오셔서 한참 앉아 있다 가시는 분이 계세요.’ 문장전을 할 때입니다. 삼청동 고즈넉한 골목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문장전은 흰 벽면에 문장을 띄엄띄엄 배치하고, 동선의 마지막 공간에는 몸과 마음의 힘을 쭉 뺀 채로 벽을 보고 홀로 기대앉을 수 있는 푹신한 소파를 놓았습니다. 며칠을 연달아 방문하셨던 분은 아마도 출근길이었거나 혹은 잠시 머무를 곳이 필요하셨나 봅니다. 이맘때가 되면 저는 겨울 찬 공기와 함께 그분 생각이 납니다.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데 멀리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듯 잘 지내시는지 안부가 궁금합니다. 흰 벽의 여백이, 푹신한 의자가 그분에게 위안이됐다면 문장이 저에게는 기댈 존재입니다.

일과 작업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제 안을 들여다봅니다. 거기에는 차마 밖으로는 꺼내기 힘든 감정까지 참 다양한 마음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나’입니다. 개인적이고, 자기 멋대로인, 잘 해내고 싶지만 실수도 연발하는, 무표정인 모습을 발견하고는 입꼬리에 힘주어 위로 추켜올려보는 이 모든 것이 저에요. 마음에 들 든, 마음에 들지 않든 제 자신입니다. 물론 애착이 가는 면도 있습니다. 집요한 근성과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52주 동안 쓰기로 한 ‘이번 주 저널’이 벌써 마흔여덟 번째입니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닌 유일한 나의 의지로 시작한 ‘이번 주 저널’. 이렇게 글을 계속해서 쓰는 까닭은 [영혼은 생각의 색으로 물든다.] 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문장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정신과 신체 능력을 가다듬어 더 나아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는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아 실망하고, 괜한 욕심을 냈나 자책도 합니다. 그럴 때, 휘어지더라도 부러지지 않기 위해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문장을 붙듭니다. 다양한 마음이 뒤섞여 있는 마음 저 깊은 바닥에서 나를 살리는 것들을 재빠르게 낚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거든요. 이것이 글을 쓰는 첫 번째 목적입니다. 한때는 모든 일의 우선순위로 글쓰기를 두고 싶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열망했어요. 전업 작가처럼 글만 쓰고 싶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지치고 힘들 때 나를 살리는 방법이 문장을 찾고 글을 쓰는 작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단단해지고 싶은 열망을 위해 오직 나의 의지로 시작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방법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