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40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것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좋은 일이라 할 수 없다. (중략) 나는 그것이 죄도 벌도 아닌 바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상 가족, 정상 신체 등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정상성 신화에 사로잡혀 인생이라는 잔혹한 도박에서 지는 패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것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절망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인생은 잔혹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는 패보다 지는 패를 잡을 일이 훨씬 더 많다. 누군가 항상 이기는 패만 잡는 것처럼 자랑을 일삼는 것을 보면 인생을 반도 모르는 덜떨어진 사람이라고 속으로 비웃어도 된다.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인생은 지는 패를 잡았을 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현실을 냉정하게 살피고 최악을 피하는 방법을 찾으며 인생의 층위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면 이기는 패를 잡는 것 못지않은 인생이 될 수 있다.]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봤을 때 모두가 이기는 패를 쥔 듯한 소외된 느낌,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나만 빼고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자신에 대한 더 큰 실망감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 저만 그런 건 아니지요. 물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현실은 대부분 지는 패를 잡는 일이 더 많을 거예요. 이번 주는 지는 패를 잡았을 때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지는 패를 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혹은 열심히 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에 빠졌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상적인 답안을 찾아 헤맸거든요, 그러다가 펼쳐 든 책에서 읽은 이 문장들을 저의 글로 대신할 자신이 없어 그대로 옮겨봅니다. 그리고 저는 ‘용기’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아마도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엄마이자 의사인 저자가 써 내려간 이 문장을 가슴에 품을 거에요. ‘인생은 지는 패를 잡았을 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쉽지않은 일이지만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여러 번 되새겨봅니다.

참고 자료: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김현아 지음. 창비

스토아적 삶의 권유. 마르코스 바스케스 지음. 김유경 옮김. 레드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