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32

저는 지금 제주입니다. 3년 차 여름 제주살이. 제주에서 아침은 늘 분주합니다. 하루를 명랑하게 보내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어느 바다로 갈까. 제주는 동과 서, 남과 북 시시각각 달라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갠 하늘만 보면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움직입니다. 태풍이 아니라면, 어른이 떠밀려갈 강풍이 아니라면, 너울성 파도로 해안가 접근 금지가 아니라면 언제나 훌러덩 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여름입니다. 사실 이번 제주행은 목적이 있습니다. 업무로 2년 동안 진행됐던 제주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기 위합니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제주에 집을 마련했고, 부모님 댁 오듯 사계절 주말 방문이 잦았습니다. 업무를 보며 휴식도 열심이었던 제주가 이제 다시 여행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고 아쉽습니다. 많이.

낯선 곳에서 여행 아닌 절반의 일상으로 보낸 이 시간을 돌아보면 배운 기쁨이 많습니다. 하나, 변덕스러운 날씨에 미루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지금 당장 행하는 기쁨. 둘, 어린아이처럼 자연에 기대어 순수하게 놀아보는 즐거움. 셋. 자연 속에서 움직일 때 비로소 느껴지는 안온함.

팬데믹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던 그때, 모두가 지금은 아니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때에 오히려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의 울림을 다시 떠올립니다. 긴장하고 소란스러운 마음을 달래 주었던 제주와 이제 인사를 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제2의 집을 찾아 나섭니다. 언제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익숙하지 않아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는 그런 곳을 기대합니다. 제주에서 보내는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충분히 아쉬워하고 고마워하며 생동감있는 안온함을 느끼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