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30

이번 주 저널의 고전 문장은 이렇게 정해집니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이나 이미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을 찾아 한 줄 한 줄 반복해 읽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와닿는 몇 구절을 발견하고 이내 몸을 움직입니다. 기억하려 기록하지만, 우선은 잠시 잊습니다. 책상에서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고 밀린 업무를 보거나 러닝 머신을 뜁니다. 며칠 일상을 지내면 의도치 않은 순간에 찾았던 문장들이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문장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마음이 삭막할 때는 괜히 시비 걸듯 비뚤게 다가왔다가, 잠들기 전 아이가 목을 끌어안으면 충만함에 모든 것이 이해되고, 위로가 필요한 밤이면 유배지에서 써내려 간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온몸을 관통하는 기분입니다. 사람을 만나면 상대를 통해 내가 보이듯, 고전 문장을 여러 번 곱씹다 보면 나를 발견합니다. 서너 구절 중 가장 오래 여운이 있는 문장을 선택하고 화요일 오전 이번 주 저널을 씁니다. 그리고 즐거운 문장 찾기는 다시 시작됩니다. 

이번 주는 스페인의 수도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문장입니다.

[천천히 쌓아 올린 지성에 성실함이 더해지면 빠르게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기 때문에 실패한다. 반대로 똑똑한 사람은 지체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은 `천천히 서둘러라`였다.]

마음이 먼저 앞서가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재에 머물지 못할 때 초조하고 성급합니다. 여러 번 다짐해도 여유로운 마음은 쉽지 않습니다. 보고 듣기를 하고 싶어도 서두르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만큼 힘든 일은 지체하지 않고 적기에 실행하는 것. 신중함이 어떨 때는 핑계가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동안 노트 가장 앞 페이지에 ‘차분하지만, 동적이고 싶은’ 이라 적어 두었습니다. 천천히 쌓아 올리되 성실하게 움직이면 빠르게 성취할 수 있다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조언처럼 서둘지 않되 늘 움직이는 자신을 그렸습니다.

날마다 성실하게 바로 지금에 집중할 것. 앞서 가지도 그렇다고 뒤만 돌아보며 변화를 거스르지 말 것.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하여 오늘을 즐겁게 쌓아갈 것. 일 년의 반이 훌쩍 지난 지금 제게 필요한 철학자의 문장이었습니다.

참고 자료: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강정선 옮김. 페이지2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