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9

여름 아침 눈을 떴을 때 덥고 습한 공기가 꽉 들어찼음에도 감사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계절 매일 맞이하는 아침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지만 오늘 같은 여름날은 편히 숨 쉴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합니다. 매섭게 내렸던 비가 누군가의 일상을 휩쓸어버린 안타까운 뉴스가 연이어 들렸던 며칠. 원망스러운 여름비에 서둘러 안부 전화를 하고는 아무 탈 없음에 마음 놓았던 날들. 강한 비에 얼룩진 여름이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난 후가 아니더라도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을 때가 아니어도 평범한 날들을 더 나은 순간으로 지내면 참 좋을 텐데요. 무탈함에 안도한 나머지 어리석게도 투덜거리며 불평불만을 쏟아냈음에 반성합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 예술가와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쇼펜하우어의 문장에서 답을 찾아봅니다.

쇼펜하우어 하면 잔뜩 인상을 찌푸린 신경질적으로 생긴 그의 초상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사는 게 고통이라 말했던 그를 두고 삶의 어두운 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이야기했던 철학자라 하는데요. 그는 욕망에서 벗어났을 때 안식과 평안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하며 명랑함을 늘 유지하라고 강조합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명랑한 마음은

[내적인 재보 중에서도 행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다. 다른 재보가 없이도 이 명랑한 마음만 있으면 저절로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명랑한 사람들에게는 항상 즐거워야 할 만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그가 명랑하다는 것이다. 명랑한 마음이라는 재보는 어떤 재보로도 바꿀 수 없으므로 명랑한 마음에 필적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명랑함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항상 문을 활짝 열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명랑함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때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명랑한 마음을 유지하는 일. 마음이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 수 있음을 기억하며 평범한 날들이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날들이 아니라는 것 또한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박찬국 지음. 21세기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