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3

저는 지금 도쿄입니다. 사 년 만의 도쿄는 여전히 활기찹니다. 평일 아침, 여행객은 카페에 앉아 여유 부리지만 횡단보도 앞 일상을 시작하는 이들은 출발 신호음을 기다리듯 건널목을 바라보며 조급한 표정입니다. 여행은 보통의 날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합니다. 잠시 가족에게 집중하기 위해 업무와 거리를 두고 있는 요즘이 제게는 팍팍했던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때인데요. 지금을 충분히 누려야겠다는 생각에 넉넉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중 ‘인간관계-만남’에 대한 기준에서 네 가지 정도 소개하자면,

하나, 업무와 관계가 없거나 축하의 자리가 아닌 사적인 친목 모임은 네 명 이하로 만난다. 사람 수가 많아지면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나뉩니다. 아무리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일방적인 말하기와 경청이 아닌 주고받는 밀도 높은 대화를 위해 소수의 만남을 지향합니다. 둘, 내가 하는 거절은 상대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도움받을 기회이다.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서, 그 순간을 빨리 회피하기 위해, 혹은 나의 상황은 생각하지 못한 채 안타까운 마음만 앞섰던 걸까요? 부탁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면 거절에 대한 생각 전환이 필요합니다. 나의 거절은 상대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다른 이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기회일 수 있습니다.

셋, 마음을 나눌 때는 상대에게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공감했더라도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보상 심리 혹은 기대하는 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빨리 알아 차라고 마음을 다스릴 것. 넷, 진정성 있는 행동을 하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의 마음마저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분명 하루 24시간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많은 사람을 잘 챙기며 일도 잘하고 가족들과도 잘지내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가 저처럼 어느 정도의 시간적 심리적안 빈 공간이 있어야 생활이 안정적이고 중심이 세워집니다. 혹시 저처럼 덜 분주해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분들이라면 자신을 위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도쿄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일본에서 많이 읽혔던 니체의 책 중에서 이 문장과 함께 합니다.

[지혜로워라. 기쁨을 품어라. 가능하다면 현명함도 더하라. 그리고 마음에는 언제나 기쁨을 간직하도록 하라.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니체의 말에서 인용된 ‘방랑자와 그 그림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