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2

정원이 무성해졌습니다. 며칠 연이어 비가 내리니 잡초의 성장 속도가 엄청납니다. 잔디 사이로 민들레와 토끼풀이 촘촘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선은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습니다. 정원에 남기고 싶은 것들과 쓸모없는 것들을 구분합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싶으면 잔디 깎는 기계를 일정한 방향으로 밀고 나갑니다. 한 번 앞으로 나간 기계는 다시 뒤로 무를 수 없습니다. 잔디의 높이를 맞추면서 반듯하게 깎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원을 정리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조용하지만 그 무엇보다 탄력 있게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을 말없이 상대하다 보면 나에게 집중하게 되고, 복잡했던 머릿속은 개운해집니다.

정원 정리처럼 생각 정리를 도와주는 여러 작가들이 있습니다. 뾰족한 모서리로 쿡 찌른 듯 벌떡 일어서서 움직이게 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잠깐 쉬어도 괜찮다고. 충분히 쉬고 나서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토닥이는 작가가 있습니다. 제게 헤르만 헤세는 따뜻한 위안을 주는 작가입니다. 헤세의 문장에는 희미해져 가는 희망을 되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아마도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서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쓰고 붓을 들었던 경험 때문일 겁니다.

이번 주 헤세의 문장을 기록합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나는 기적처럼 새사람이 되어, 조용하면서도 활기차게,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많은 것을 소유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중에서 무엇이 가장 귀한지는 아직 모르는 것 같다.]

마지막 문장. 어쩌면 무엇이 가장 귀한지는 아직 모르는 것 같다… 헤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아직 무엇이 가장 귀한 지 모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면서도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방황도 하고, 후회도 하며 돌고 돌다가 멈춰 서서 생각하겠죠. ‘경험의 순간은 그저 현상, 기적, 비밀이었고, 아름다운 만큼 진지했고, 사랑스러운 만큼 견딜 수 없이 아팠다.’ 결과나 목적이 그리고 귀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 있지만 모든 경험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낸 자신에게 수고했다 인사하며, 새날을 준비합니다.

참고 자료:

인생의 해석 (헤르만 헤세 인생론). 헤르만헤세. 배명자 옮김. 반니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