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1

밤 11시. 잠들기 전까지 삼십 분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달콤한 시간. 노력은 들이지 않으면서 강렬한 기쁨이 될 만한 것을 찾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거나. 누군가는 게임을 하거나 SNS를 아무 생각 없이 넘겨보고 있거나. 육체 피로는 풀리지 않지만 정신적 긴장은 한결 느슨해진 기분입니다. 피로가 회복되는 느낌은 성취감 아닌 성취감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손가락 하나로 얻은 즐거움은 쉽게 얻는 대신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단 하루가 아닌 매일 반복되는 행동이라면, 나의 의지로 절제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중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텐데요.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행동. 가끔 겁이 납니다. 혹시 나도?

애나 렘키 박사는 ‘좋은 도파민’을 이야기합니다. 도파민은 주요 보상이자 쾌락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사람들은 즐거움과 쾌락, 만족 등 긍정적인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데 사회는 우리를 노력 없이 쉽고 빠르게 그리고 강렬한 쾌감을 얻을 방법들이 많다고 유혹합니다. 게임이나 마약, SNS 등이 사회 문제가 되는 이유인데요. 중독적인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우리 뇌는 아주 빠르게 많은 양의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항상성 유지가 중요한 뇌는 금방 균형이 무너지고,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하며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집니다. 점점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바라면서 끝없이 갈망합니다. 애나 렘키 박사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도파민의 양과 빈도 그리고 그걸 얻기 위해서 우리가 뭘 했는가를 알아차리라고 조언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나의 노력이 꼭 필요한 즐거움, 쾌락’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요즘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휴식에 대해서는 관대해져 ‘이 정도쯤이야’ 하고는 너그러워집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넷플릭스 시리즈를 이어 보느라 자정을 훌쩍 넘겼던 날들이 생각나네요. 3년 후, 5년 후의 나의 모습이 여전히 분주하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느라 정신없는 상태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나의 의지로 절제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을 다 쓴 후,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 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오늘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고민해야겠네요.

참고자료:

도파민네이션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흐름출판. Anna Lembke 지음. 김두완 옮김

에픽테토스. 대화록 (데일리 필로소피에서 인용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