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9

고전 문장 수집가가 위로받는 순간은 마음 훔칠 문장을 찾았을 때와 힘들게 찾은 문장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많은 공감을 알아차릴 때입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며칠 전 나눈 발타 그라시안 (Baltasar Gracian y Morales)의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셈이다. 모든 일에 마음을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문장에 대한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공감이 많았던 이유를 뒤 문장에서 찾아봅니다.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것도 어리석지만, 중요한 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리석다.’ 딱히 중요하지 않지만, 신경 쓰이는 것들에, 오늘이 지나면 기억하지 못할 사소한 것들에 마음 뺏겨 정작 중요한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못할 것 같은 걱정, 인생의 우선순위를 아직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자책감과 사소한 것들에 이미 너덜너덜해져 에너지가 바닥인 자기 자신이 안쓰럽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에 신경이 쓰여도 괜찮을 때와 절대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집중해서 중요한 일을 끝내야 할 때는 모든 감각이 하늘을 향해 다 열린 것처럼 예민해집니다. 시선이 닿는 모든 것들에 마음을 쓰게 됩니다. 설렁설렁 보내는 날에는 괜히 주변을 기웃거리고, 타인의 말과 행동에 너그러워집니다. 상황과 피로도에 따라 사소한 것들에 휘둘리는 자신을 보면서 사소한 것에 덜 신경 쓰는 방법을 찾습니다.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명확한 우선순위를 정해두면 초점을 잃고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소하다 생각하는 일에 어느 정도의 마음을 내어줄지, 에너지를 분배할지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합니다. 사소한 일에 덜 신경 쓰고, 중요한 일에 더 마음 쓰는 일. 강하게 동경할수록 쉽지 않지만, 꼭 하고 싶은 일.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김유경 옮김. 현대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