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2

창 밖에 앉아있는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다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창 안에 자기와 비슷한 모양새로 늘어져 있는 사람이 신기한지 네 발을 힘껏 뻗어내다가 잠시 멈췄다.  ‘고양이 키워요?’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이 아이는 우리 집 정원에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키운다. 돌본다’라고 하기에 우리는 어중간한 사이다.

가족이 집을 나설 때면 마당 한가운데 누워 배를 긁어 달라 시늉하고,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다가 어슬렁거리며 걸어와서는 방충망을 툭툭 치면 가족은 물을 내준다. 애교 많은 고양이는 사랑스럽지만, 우리 가족에게만 다정한 것이 아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는 또박이, 윗집에서는 나비, 우리가 대문을 열면 치타처럼 달려와서는 우아한 걸음으로 자기가 먼저 마당으로 들어가고, 옆집 자동차가 골목에 진입하면 열심히 달려가 그 집 차고 앞에 앉아 반길 준비를 한다. 그래도 우리 집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한때는 내가 키우는 냥이라 착각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동네 이집저집 돌아다니며 사랑받는 이 고양이를 애정 한다.

‘느슨한, 어중간한, 어정쩡한’ 이 명확하지도 깊지 않은 사이가 별것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속속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관계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편한 위안이 있다. 또박이는 우리와 모든 시간을 공유하진 않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이 자신을 헤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나 역시 담을 넘나들며 오고 가는 이 고양이와 마주할 때는 그 순간을 통해서 기쁨을 얻는다.

깊지도 얕지도 않은 중간 즈음에서 숨 돌릴 수 있는 관계. 훗날, 삶이 퍽퍽하게 느껴지는 날에 오고 가다 마주했던 명랑한 고양이를 떠올리기를 바라본다.